▲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홍준표 기자>

원청 건설회사가 불법 하도급한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의 체불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건설 노동자 A씨가 건설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2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B사의 패널공사를 불법 하도급한 C사에서 2017년 3월부터 같은해 9월까지 일했지만 8·9월 월급 640만원 중 340만원을 받지 못했다. 이에 A씨는 B사가 직상 수급인으로서 근로기준법(44조의2)에 따라 C사와 연대해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B사는 C사에 A씨의 미지급 임금 또는 하도급금을 모두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1심은 “직상 수급인인 B사는 C사에 미지급 임금 내지 하도급금을 지급했음을 이유로 근로자인 원고의 임금지급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며 A씨에게 미지급 임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역시 “B사가 A씨에게 송금한 돈 중에 2017년 8·9월 임금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없어 A씨에게 임금을 모두 지급했다는 B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B사가 일당 14만원을 기준으로 A씨의 임금을 산정했다며 실제 미지급 임금은 246만원이라고 판단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B사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면,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해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근기법 규정은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자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 위험이 현실화됐을 때 그 책임을 묻는 취지”라며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하수급인이 임금을 미지급했을 때 책임을 부담하고,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함께 책임을 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법원은 “A씨가 C사에서 지급받지 못한 임금에 관해 B사가 A씨의 직상 수급인으로서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봐 A씨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 판단에 근로기준법 44조의2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등의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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